오늘 저녁 법학전문대학원 나군의 면접을 끝으로 2020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도 이제 98% 이상 마무리됐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것은 합격소식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이겠지요. 여기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두겠습니다.​

1. 약간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그 여유분만큼은 즐겁게 지내세요.

로스쿨 입학하면 공부할게 많고 또 어렵다는데, 미리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들이 적잖이 있을 것입니다만, 선행학습을 하기로 하더라도 대개는 자신의 합격소식을 듣기까지 그다지 의욕이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여유가 있는 분은, 놀지도 않고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는 모호한 생활을 하시기보다 차라리 지금 이 기회를 확실히 즐기도록 하세요. ​

ㅡ 1안: 선행학습을 하다가 합격소식을 들으면 놀기로 마음 먹는 것

ㅡ 2안: 놀다가 합격소식을 들으면 선행학습을 하는 것​


굳이 효율적인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2안입니다. (물론 선행학습하다가 합격소식을 들으면 선행학습을 하는 괴물같은 분이나 놀다가 합격소식을 들으면 더 놀기로 마음 먹는 분은 처음부터 논외입니다)​

선행학습을 해 두면 좋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 내지 내년 초가 되면 교과서 개정판이 나올 텐데, 고작 40여일 정도 보겠다며 작년 연말 내지 올해 연초에 출간된 교과서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리 효율적인 선택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교과서 없이 선행학습을 한다는 것도 조금 적절하지 않거니와, "나는 해적왕이 될테야... 가 아니라 처음부터 교과서 대신 수험서로 공부할 테야!"라는 태도를 갖더라도 그 수험서들조차 내년초에 신판이 나오기 때문에;;; 헌책방을 돌아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교재 마련조차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반면 지금까지 로스쿨 수험을 준비하면서 놀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을 꾹 참고 지내셨던 분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정말 로스쿨 합격통지 이후부터 끊임없는 선행학습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퇴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여유가 되시는 분은 가능한 범위에서 힘껏 놀도록 하세요. 어쩌면 대학교 입학 직전에 잠시 존재했던 그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다시 한 번 만끽할 두 번째 찬스입니다!(참고로 세 번째 찬스는 변시를 잘 치른 분들이 합격자 발표시까지 갖게 되는 기간...)

자, 놀 마음이 생긴 분들께는 사실 여행 같은 오프라인 아웃도어 활동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의 여유는 없다면 헬스, 수영, 요가 등 로스쿨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알아보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거에요.

또는 독서, 영화감상, 미드, 애니 등등 덕질을 하시는 것도 너무 깊이 빠져들지만 않으시다면 역시 괜찮을 수 있고요.

요는 이 시기 동안, 그래 난 이렇게 놀았어, 그리고 즐거웠어... 라는 추억거리를 만드는 걸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 추억이나 경험을 로스쿨 생활 중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쪽으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추억 그 자체가 즐거울 수도 있겠죠.​

2. 그다지 여유가 없는 분도 가급적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3월 4일(월)에 입학하는 상황이었으나, 일신의 사정 때문에 2월 28일(목) 자정무렵까지도 선행학습에 올인할 기회도 그렇다고 실컷 놀 수 있는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12기 후배님들 중에도 그런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은 선행학습을 지금 안 해 두면 더 후회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실 수 있겠는데, 제 생각엔 그런 분도 적어도 향후 1~2주 정도는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친척, 친구 등등 지금까지 수험준비를 하느라 다소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분의 인연과 추억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복구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가족이나 친척,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는 일도 좋고 맛집을 함께 가는 일도, 혹은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 등을 적당히 사다가 집에서 오붓한 술자리를 갖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이라면 가능한 시기이고 그 나름으로 로스쿨 생활 중에 떠올릴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집안에서 설겆이를 돕는 일이나 세탁물을 널거나 개는 일처럼 극히 일상적인 일조차 함께 나누지 못한 분들에겐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답니다.​

3. 선행학습에 대해서​

선행학습을 꼭 하셔야 겠다면, 또는 합격발표를 듣고 드디어 선행학습을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면 다음에 대해 고려해 보세요.​

ㅡ 민법은 양이 많고, 체계적 이해를 요하므로 선행학습으로 전반적인 조망을 할 필요가 있다. 세세한 디테일보다는 대략적인 얼개를 만드는 것이 중요.

ㅡ 비록 학교마다 다르겠으나 부산대로스쿨의 경우 형법총론, 형법각론, 헌법1이 전공필수이고, 헌법2, 민법총칙,
채권총론, 채권각론, 물권법은 전공선택이다. 따라서 학점관리의 차원에서 본다면 형법총론 및 각론과 헌법의 기본권론에 대한 선행학습을 해두는게 매우 유용.
[20. 05. 21.] 부산대로스쿨 12기는 채권총론이 전공필수가 되었음.

ㅡ 비법학사의 경우(=대부분의 로스쿨 학생) 선행학습은 학원의 실강 또는 동영상강의에 의존하는데, 이처럼 대세에 따르는 것은 로스쿨 생활에서 결코 손해보는 일 없는 무난한 선택임. 남과 달리 선행학습을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남들이 하는 선행학습을 남들만큼 따라가다가 그 위에 아주 살짝 노력을 보태는 정도로 충분.

ㅡ 개인적으로 선행학습의 의미는 학습내용의 기억, 암기, 이해의 비중보다는 꾸준한 공부습관의 함양 및 단련 쪽에 있다는 생각. 따라서 어떤 강의를 극히 집중적으로 들으며 빨리 끝내버리고 나머지 시간은 마구 놀자, 같은 마음보다는 토, 일 외에는 꾸준히 공부한다거나 주중에는 매일 ㅇㅇ시간 이상 공부한다, 같은 본인의 학습량과 학습지속력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

제 로스쿨 입시경험은 여러분께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저는 위에 적어놓은 내용을 거의 소화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어머니와 함께 여행갔던 추억이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조금이나마 여유로웠다면 또는 다시 작년 이즈음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이런 일들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적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까지 로스쿨입시 치르시느라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께 좋은 결과 있기를, 그리고 부산대학교 입시를 치르신 분들은 내년에 법학관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ㅡ 2019. 11. 16.

2020학년도 로스쿨 입시와 관련해서 서강대 로스쿨에서 1차 서류합격자 명단을 발표하였다가 지원자로부터 이의제기를 받고 다시 확인한 결과 엑셀수식에 오류가 있는 점이 확인되어 이를 사과하면서 1차 합격자를 정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만족하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입장이고 딱히 서강대 로스쿨의 입시문제에 참견할 위치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1년 전 입시를 치렀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강대 로스쿨은 종전에 발표한 1차 전형 합격자와 엑셀수식의 오류를 정정하여 새로이 확정한 1차전형 합격자 모두가 2차 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옳다.

로스쿨 입시관계자들이라면 주지하다시피 1차 서류전형의 합격 여부는 2차 면접전형을 치르기 위한 관문인 동시에 1차 전형의 점수가 2차 전형의 점수와 합산되어 결국 최종선발자를 확정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1차 전형 합격자 확정에 오류가 있었을 때, 오류의 수정 전 후 합격자를 모두 면접에 응시토록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면접진행의 총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질 뿐이고, 또 오류가 없었을 때에 비해 최종선발의 경쟁률이 다소 올라가는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우선 면접진행의 총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진다는 것이 면접위원들에 일부 부담스런 점은 있겠습니다만, 그 부분은 1차 전형의 관리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 서강대 로스쿨 측의 책임사항일 것이고, 서강대 로스쿨 측에서 그 부담의 감소를 위한 추가 면접위원의 선임 등으로 대응하면 될 일입니다.​

다음으로 오류가 없었을 때에 비해 최종선발의 경쟁률이 다소 올라간다는 것에 대해 오류가 없었을 경우의 1차 전형 합격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그 불만이라는 것은 "자신이 2차 면접전형을 망치고 원래라면 2차 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없었을 지원자들이 면접전형을 훌륭히 마쳐 합산점수에 의해 최종선발의 합불이 엇갈릴 위험"이 생겨난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2차 전형의 응시자는 최종선발 정원의 3배수에 이르는 것이 보통인 점에서 본다면, 그러한 엇갈림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입니다. 그러니 똑같이 힘겨운 로스쿨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입시전형관리측의 잘못으로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된 다른 지원자들에게 그 정도 배려는 해주어도 좋은 것이 아닐까요?

한편, 장기적으로는 로스쿨입시 전형의 평가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자들이 자신의 입시전형 점수와 합격기준점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이의제기는 거의 봉쇄되며, 심지어 입시관계자가 의도적으로 상황을 은폐하고 이의제기를 배척할 경우에 대한 감시나 견제장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강대 로스쿨 입시관계자가 엑셀 오류를 시인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못은 있으나)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이지만, 다른 로스쿨 입시관계자도 그러한 정직함과 용기를 가졌을 것으로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로스쿨 입학은 우리 사회에서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로스쿨 입시절차에 대해서는 그 담당자들의 선량한 심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보다 투명하게 운영되는 제도적 장치들이 확보되어야 하며, 그런 제도적 장치들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로스쿨제도에 대한 사회의 비난과 의구심의 근원이 된다는 점을 법무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기타 로스쿨제도의 도입과 운영에 책임있는 분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법학전문대학원학생회와 변호사협회에서도 이 부분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테고요.

ㅡ 2019. 11. 5.

이미 언급했듯이 로스쿨입시의 결과, 저는 가군 경희대 로스쿨에서는 서류전형으로 일찌감치 탈락했고, 나군 부산대 로스쿨에서도 2차 예비합격자로 겨우겨우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초합격자보다 대략 1달 정도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심지어 1차 예비합격자 명단에도 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사실상 로스쿨입시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며 다시 로스쿨입시를 준비할지 아니면 이제 로스쿨입시에 미련을 버리고 법원행시에 전념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2차 예비합격자로 합격한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음에도 합격자로 발표되기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로스쿨입시를 이런 스트레스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싶은 분들에게는

1. 아직 재학중인 경우 철저한 학점관리
2. 어학성적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
3. LEET준비, 특히 언어이해의 시간관리와 추리논증의 테크닉 연습

이렇게 정량적인 요소를 극대화하여 도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번의 언어이해 부분을 제외하면 제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 로스쿨입시를 준비하는 여러분께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ㅡ 2019. 6. 24.

가군 경희대 로스쿨의 서류전형 탈락으로 면접은 부산대 로스쿨에서 1회 밖에 치르지 못했고, 부산대 로스쿨에서도 저는 예비 2차로 겨우 합격했을 뿐이므로 제가 면접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서류탈락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경희대 면접준비를 열심히 하면서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으니 이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 <답>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딜레마>에 대한 면접을 준비한 바에 따르면 <딜레마>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답>이 아니라 <딜레마가 딜레마로서 존재하기 위한 조건> 혹은 <딜레마를 예방하기 위한 조건> 쪽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甲이라는 사람이 홍수로 제방이 무너져 마을이 수몰될 위기상황인데, 수문을 열면 마을이 수몰되지 않으나 하류에 있는 甲의 가족들이 방류된 물에 휩쓸려 피해를 입고, 반대로 수문을 닫힌채 놔두고 甲이 자기가족을 피난시키러 떠나면 마을은 수몰되고 만다는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 봅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1: 甲은 마을을 수몰시키지 않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켜야 한다.

선택2: 甲은 가족을 피난시키기 위해 마을이 수몰되는 것을 방관해야 한다.

...이라는 2개의 선택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만약 甲에게 乙이라는 친구가 있다면 甲은 乙에게 자기 가족을 피난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수문을 열거나 또는 乙에게 수문을 열 것을 부탁하고 자신은 가족을 피난시키러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위 상황이 <딜레마>가 되려면 "甲은 그 누군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이다"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은 다른 유형의 딜레마에서도 대체로 요구됩니다. 그래서 가령, 두 아이를 동시에 수술할 수 없는 의사가 누구를 살려야 하느냐, 라는 질문은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의사가 있다면 <딜레마>로서의 의미를 상당히 잃게 되는 것이죠.

비록 출제자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서 문제를 내는지, 혹시 적당한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수험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통해 면접점수를 평가하려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딜레마>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을 <딜레마>가 아니게 할 수 있는 조건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삶에 있어서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ㅡ 201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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